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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여행/클래식 이야기

바하 무반주 첼로 조곡 by Pierre Fournier - 비교 감상

by 방구석 딴따라 2024.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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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pierrefournieraward.com/award/
 

공감각이라는 용어가 있다. 영어로는 synesthesia라고 하는것 같은데

소리를 들을때 색상을 느끼거나 혹은 후각과 함께 색상을 느끼는듯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등 5가지 감각이 그 경계를 넘어서 동시발생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한때 히피들의 기호품(?)이였던 LSD를 하면 이런 공감각이 극대화되어 느껴진다고 들었고,

LSD 매니아였던 비틀즈멤버들도 음악작업을 하며 이런 자극을 즐겼다고 들은 적이 있다.

타고난 사람도 드물지만 있는것 같은데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각각의 key마다 고유의 색상이 보인다고 주장했었다.

-예를 들면 Eb키는 갈색의 스펙트럼이 느껴진다고 했던가-

그런데 간혹 특정 레코딩을 접할때 그런 감각의 전이, 즉 공감각을 느끼게 되는 연주가 있다면?

나같은 경우, 음악감상할때 테크닉이나 곡해석력 등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톤컬러인데,

높은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무척 싫어하다보니 레전드급 연주자들도 톤이 조금이라도 날카로우면 인내심을 가지고 듣기가 힘든 편이다.

첼로의 듣기 좋은 중저음도 활과 현이 마찰되며 생기는 치찰음을 최소화한 매끄러운 톤을 선호하는데

그런면에서 요요마 특유의 날카로운 톤은 나와 영 맞질 않았었다.

바흐 무반주 조곡도 기회있을때마다 LP판으로 사 모았었는데,

카잘스의 연주는 첫해석본(?)이라 그런지 발란스도 안맞고 특히나 하이프리퀀시 대역의 치찰음이 너무 많아서 인내심을 가지고 감상하기 힘들었고

그렇게 로스트로포비치, 스타커, 요요마 등을 거쳐 따뜻하고 기름기 있는 미샤 마이스키의 톤으로 귀결된 후였다.

그런데 한참뒤에 미국 유학중 교회 지휘자로 사역할때 음악애호가이신 장로님의 추천으로 푸르니에의 연주를 처음 접하고 나서

그동안의 내가 생각했던 음색의 정의가 좀더 확장될 수 있었다.

푸르니에의 연주는 단순히 따뜻하다 혹은 낭만적이다라는 주관적 느낌에서 벗어나서

예전 연주자들이 주는 꾸미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현장감을 주는 편인데,

특히 첼로라는 현악기가 나무로 만들어 졌음을 다시 한번 느낄수 있게 해준다.

활을 한번씩 그을때마다 느껴지는 악기의 깊은 울림에 더해 나무 고유의 비린듯한 냄새 혹은 첼로 겉표면에 바른 유약의 코팅까지 느껴진다면 과장이지만,

소리에서 냄새를 떠올리게 하는 고고하고 멋드러진 연주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실제로 냄새가 나는것 까지는 아니겠지만

만약에 공감각이라는것을 체험하고 싶다면

오래된 나무냄새와 유약향기 가득한 현악기 공방 한구석에서 연주하는듯한

푸르니에의 연주는

지극히 평범한 나같은 사람에게도 잠시나마 신비한 감각적 전이를 체험하게 해주는

진귀한 녹음이라 말하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h2O5hVl2LgQ&list=PL4ypuAMic-Gjo2VGKWDcwkqUKRdxdkqz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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