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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여행/영화음악 이야기

[영화 음악] 슬픔의 삼각형 - 최면에 걸린 듯한 ostinato

by 방구석 딴따라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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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했던 영화 슬픔의 삼각형이 왓차에 올라와 있길래 봤다.

이 영화는 2022년 75회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누르고 무려 칸 그랑프리를 받은 영화인데, 장르는 코미디로 분류되어 있다.

칸 그랑프리를 받은 코미디 영화라니, 기대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 초반 20여 분 동안 모델 커플이 나오는 장면(전체 구성을 3부로 봤을 때 1부에 해당하는 부분)만 무사히 잘 넘기면 재미있게 즐길만한 영화이다. 아.. 물론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2부의 집단 구토 장면을 못 참을 수도 있겠다.

영화의 주인공격인 모델 커플(여주인공 Charlbi Dean은 얼마전 안타깝게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블랙코미디라서 시종일관 모순과 역설이 난무하는데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듯, 감독 자신도 마르크시즘을 영화 안에 숨겨 미국에 전파할 계획으로 만든 '트로이의 목마' 같은 영화라고 한 바 있다.

2부에서 끌어올린 천박한 자본주의의 민낯은 3부에서 통렬히 드러나는데 사실 이 영화는 감독의 말처럼 마르크스주의의 우월성을 얘기하려 한다기보다는 자본주의 계급성을 까기 위해 호화 요트와 무인도라는 설정안에서 펼쳐지는 사회 부조리극을 보여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음악은 오리지널 스코어가 없는 대신 non-digetic music으로 쓰이는 두 개의 음악을 필요할 때마다 반복해서 들려주는 식으로 연출하는데, 사용 빈도나 방법이 무척 당황스러울 정도로 무신경하기까지 하다.

이 또한 의도된 것일 수도 있으나 철저한 계산이 들어가 있다기보다는 감독이 쓰고 싶은 음악을 정해 놓고 필요한 장면에 말 그대로 배경음악으로 틀어 놓은 듯해서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에 대한 무심함이 좀 거슬릴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느 그랑프리를 받은지라 작곡가의 입장에선 영화음악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감이 들게 만드는 면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음악에 대해서 감독이 무지성으로 일관하는 것까지는 아니다.

일단 두 개의 source music에 대해 소개하자면,

첫 번째로 아코디언 주자인 빈센트 페이라니와 색소폰 주자인 에밀 파리지앙이 같이 작업한 앨범 Belle Epoque에 수록된 Egyptian Fantasy란 곡으로 아코디언(정확하게는 바얀)의 반복적인 ostinato와 소프라노 색소폰 솔로가 어우러지는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wXg8qAmtq3s&ab_channel=VincentPeirani-Topic

 

 

1부의 끝, 그리고 2부에 두어 번 나오는데 3연음의 반복된 패턴이 강조된 부분 위주로 쓰인다.


1, 2부에 모던한 재즈가 쓰였다면 3부에는 클래시컬한 음악이 쓰였다.

초기 바로크 시대 작곡가이자 비올라 다 감바 주자인 마랭 마레의 La Sonnerie de Sainte Geneviève du Mont Paris (파리 성 쥬느비에브 성당의 종소리)라는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4DzmkLEn3fA&t=16s&ab_channel=JohnPortman

이 역시도 전곡을 균등하게 쓰는 게 아닌 앞부분의 반복되는 패턴 위주로 쓰이는데, 결국 두 곡 다 반복되는 패턴을 나열하기 위해 가져온듯하다.

결국 감독의 선곡 기준은 1차원적인 반복인 듯, 복잡성을 최대한 배제한.. 미니멀리즘 음악이 레이어를 쌓아가기 전의 단순한 패턴의 연속이다.

프레이즈의 반복을 ostinato라고 하는데, 두 곡의 공통점은 ostinato다.

다만 재즈곡은 멜로디 악기인 아코디언이나 색소폰으로,

초기 바로크 곡인 미랭 마레의 곡은 통주 저음(basso continuo)이 자유롭게 연주되기 전의 ostinato이다.

두 곡 다 연속된 ostinato 위주로만 들으면 최면에 걸리듯 몽롱해지는 기분까지 드는데, 사실 두 곡다 그렇게 게으르게 만들어진 곡은 아니지만, 감독은 전반부 위주의 반복되는 패턴만 가져다 썼다.

사실, 바로크 음악의 basso continuo는 원래 악보 표시를 명시하기 보다 숫자 표시와 악보에 있는 화성을 바탕으로 건반악기주자나 저음 현악기 주자가 자율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시대적으로 2~300백년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재즈의 walking bass와 굉장히 흡사하다.

감독이 혹시 알고 그랬으면 음악에 대해 무심하다는 말은 살짝 거두어들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마렝 마레의 파리 성 쥬느비에브 성당의 종소리의 연주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AoxkVQ5NDA&t=28s&ab_channel=EnsembleFantasticus

 


Egyptina Fantasy의 원곡은 초기 재즈 시절 시드니 베셰(영어식으로는 베쳇)이다. 라스트 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계 흑인인 크레올이며, 뉴올리언즈 출신의 초기 재즈 연주자의 한 사람이다.

오리지널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k6a-48gJro&ab_channel=ABXYReviews

제목에서처럼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재즈곡이며, 빈센트 페이라니의 딱딱하고 건조한 느낌과 달리 무척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곡이다.

빈센트 페이라니 버젼의 기계적인 오스티나토는 처음에 G,Bb,D로 시작하는 모티브에서 가져온듯하고 헤드 연주는 동일한데, swing bounce가 느껴지는 원곡과 달리 빈센트 페이라니 버젼의 head는 swing feel이 일정하지는 않다.

아무튼 간에 이 영화의 source music으로 쓰인 이 두 곡은 결정적일 때마다 등장하는데 장면의 심각성과 상관없는 듯 아무 dynamic 없이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패턴만 늘어 놓는다. 이 또한 감독의 의도였겠지만 아무튼 간에 음악을 이렇게 써도 칸느 대상을 받는다면 음...

나머지 음악들은 극중인물들도 들을 수 있는(digetic music}음악들인데 그중 제일 선명하게 들렸던 음악을 올려 본다.

한때 국내에서도 많이 유행했던 Modjo의 Lady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MfxI3r_LyA&ab_channel=ModjoOfficial

 


빈센트 페이라니는 원래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뮤지션인데, 아코디언이라는 비주류 악기를 가지고 다양한 영역과 음악적 실험을 하는 뮤지션인듯하다.

그중 인상적인 무대 영상을 마지막으로 올려놓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CSA4OjH-BA&ab_channel=Visioninmu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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