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영화음악하면
엔니오 모리꼬네가 만든 시네마천국이나 미션의 음악같은 감미로운 테마를 떠올리거나
존 윌리엄스의 스타워즈나 인디아나존스의 행진곡풍 관현악음악을 생각하기 마련이였지만,
2000년대 들어서 영화음악의 기법이 서서히
테마 중심보다는 사운드 중심으로 변화해가면서 더이상
감상용으로서의 영화음악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아지고 있는중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음악작곡가로 상당수가 한스짐머를 뽑으면서도 막상
흥얼거릴수 있는 멜로디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보통 대중들이 기억하는 한스짐머의 음악으로
캐러비안의 해적이 자주 거론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테마는 한스짐머가 아닌 Klaus Badelt라는 작곡가입니다.(한스짐머는 2편부터 참여)
또한,
테마중심에서 사운드 중심으로 영화음악의 트렌드를 바꾼 주인공이 한스 짐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마블시리즈의 실질적 최종판(?)이였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고 난 관객들이 유독 음악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어벤져스의 음악은 철저한 테마중심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어벤져스의 스코어를 만든 작곡가는 앨런 실베스트리(Alan Silvestri)라는 분으로 헐리우드에서 40년이 넘게 활동을 하고 계신 베테랑중의 베테랑이신데요,

이분입니다. 출처 IMDB
작곡가에 대한 얘기는 뒤에 하고 일단 이 유명한 테마를 먼저 들어 보겠습니다.

가슴을 뛰게 하는 현악기의 ostinato(riff와 비슷한 의미로 반복패턴을 의미)로 시작하는 intro입니다.
현악기들은 스타카토로 리듬을 꾹꾹 눌러서 연주합니다.
Gm코드에서 top의 D노트가 반음으로 Eb, E, F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반음 순차로 하강하는 Line Cliché
입니다.

맨 윗줄의 호른(트럼본이 unison하고 있을수도 있습니다.)이 익숙한 제 1테마를 연주하고 있는동안
제 1바이올린은 16th 노트의 화려한 passage로 배경을 깔아줍니다.

trumpet이 똑같은 테마를 한 옥타브 올려서 연주합니다.
서서히 가슴이 웅장해지려 합니다.

transition구간입니다.
Gm키에서 Em키로 가기위한 브릿지 역할을 하는 부분인데요
여기서도 호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Gm키의 도미넌트 코드인 D코드에서 Em키의 도미넌트 코드인 B코드로 진행하며 Em키로 전조가 됩니다.

제 2테마가 시작됩니다.
보통 주인공격인 캡틴아메리카나 아이언맨이 중요한 장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 나타났을때 나오는 테마입니다.
관객의 가슴은 이미 웅장하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브라스가 가장 고음역을 연주하는 동안 현악기는 열심히 ostinato로 반복운동을 하다가
짠짠! 짠짠! 한뒤
짜~~~~~안~! 하면서 장중한 빵빠레가 끝이 나는 음악입니다.
악보를 보면 아시겠지만
복잡한 것 하나 없는 깔끔하고 쉬운 음악입니다.
앨런 실베스트리의 음악은 원래 예전부터 팝적이고 쉬운 음악이여서 친대중적이였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영화는 대략
백투더 퓨처시리즈, 프레데터,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어웨이 등입니다. (프레데터를 제외하면 모두 로버트 저멕키스감독의 영화들입니다.)
특히 대중적인 테마를 잘 만드는 작곡가인데,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도 그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가 된듯합니다.
특정한 상황 혹은 특정힌 인물이 등장할때마다 반복하여 나오는 테마를
라이트모티프라고 하는데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에서 처음 도입된 idee fixe(고정상념)에서 시작해서
바그너가 그의 악극에서 leitmotiv(유도동기)로 확장 발전시킨 기법입니다.
거창하게 들릴수 있지만
한 마디로 극중인물의 테마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트모티프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테마가 아닐가 싶습니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근데 영화를 보다가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에 잠깐이라도 신경을 쓰다보면
모두 다른 음악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무언가가 나와서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그 이유는 작곡가인 앨런 실베스트리가 메인 타이틀을 한번 쓰고 버리는게 아니라
재활용하듯이 해체, 조립해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테마의 최소 단위를 모티브(혹은 모티프)라 부르는데요

이것도 모티브이고,

이것도 모티브

이것또한 모티브입니다.
그리고 모티브를 이루는 최소단위를 cell이라고 부르는데요
작곡가는 이 cell을 여기저기 붙였다 뗐다 조립했다 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 분야의 최고장인은 Bach라고 생각되는데요
그의 평균율 피아노를 분석하면 처음의 테마 - subject라고 부릅니다. - 의 부분, 부분들이 끊임없이 해체, 조립되어가는 과정을 보실수 있습니다.
독일인들이 이걸 무지하게 잘해서 몇백년동안 유럽 클래식음악계를 지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럼
앨런 실베스트리는 이 cell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보겠습니다.

저음역대 스트링악기들이 스피카토로 리듬을 반복하는데(밑줄)
저 리듬은 사실,

이 리듬을 응용한것이라 봐야 합니다.
스타카토와 16th 노트의 패턴이 비슷한데 의도된 것이라 봐야됩니다.

메인 타이틀과 같은 Gm키입니다.

요 멜로디는

메인 타이틀의 이 부분을 연상시킵니다.

다음 부분의 악보를 보시면 밑의 반복하는 리듬과
현악기의 오스티나토, 관악기의 멜로디는 메인 타이틀의 요소요소에서 가져온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실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예 메인테마가 나와 버립니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한 곡만 더 들어보겠습니다.

메인 타이틀 처럼 강하고 웅장한 음악이 아니라
여리게 나오는 음악이지만,
같은 Gm키에다가 선율이 윤곽이 비슷합니다.
그리고는,

꽝꽝 때리는 더블베이스와
첼로의 오스티나토는 메인타이틀의 오스티나토를 연상케 합니다.
그리고 메인테마를 연상케하는 관악기의 빵빠레가 울려퍼지는데,
모두 타이틀 음악의 요소들을 활용한 음악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한번썼던 음악의 요소들을 재활용하는 경우는
스코어의 통일성을 주기 위함입니다.
다양한 멜로디로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도 좋지만,
익숙한 것들의 변형, 발전이 극의 몰입도를 도와주기 때문인데요
이미
베토벤, 브람스, 말러같은 교향곡의 대가들이 논문쓰듯 연구발전시킨 방법이기도 합니다.
작곡가인 앨런 실베스트리는
클래식 전공자가 아닌 버클리에서 드럼을 전공하고(2년만 다녔음) LA로 건너와서 세션기타리스트로 활동한 팝음악에 좀 더 친숙한 사람이였지만,
그렇기에 대중적인 감각으로 헐리우드에서 오래동안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어벤져스 시리즈로 경력의 정점을 찍은듯 합니다.
나중에 작곡가 얘기와 더불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백투더 퓨처의 스코어 얘기도 한 번 해보려 합니다.
그럼 엔드게임의 마지막 음악을 들으시면서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qvDNUhPCZQ&ab_channel=PatrickBenn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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