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 쓰이는 음악을 일반적으로 background music이라고 부르는데,
그중에서도 영화를 위해 직접 만든 음악을 original score 혹은 under score,
줄여서 score라고 하며,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러한 음악은 건조한 영상에 감정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를테면, 영화 로키의 아침 훈련 장면에 나오는 음악이라든가
https://www.youtube.com/watch? v=TNeIwjhjJrc&ab_channel=OfficialRockyBalboa
죠스의 등장 음악 같은 게 대표적인 original score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 v=5tMqcARKRSE&ab_channel=Musicscenes
이러한 음악들은 막상 극 중의 캐릭터가 듣는 음악은 아니며
이를 non-digetic music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영화의 캐릭터들이 극 중에서 직접 듣게 되는 음악도 있는데,
예를 들면,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라든지,
주인공이 차 안이나 방 안에서 듣게 되는 라디오의 음악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들을 보통 source music 혹은 digetic music이라고 합니다.
digetic music 중에서 생각나는 장면 하나를 올려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Pk4sBhFmcc&ab_channel=Movies%26Soundtracks
영화 '디스터비아'에서 주인공 샤리아 라보프가 파티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2층에 있는 자기방에서 노래 'Loving You'를 트는 장면입니다.
등장인물들이 음악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는 걸로 보아 모두 음악을 듣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보통 이러한 source music 혹은 digetic music은 사운드가 영화의 스코어에 비해 퀄리티가 낮게 나옵니다.
조악한 스피커로 틀면 조악한 사운드 그대로,
라디오로 틀면 라디오의 모노 사운드 그대로 말이죠
영화에서 재미있는 건 이러한 digetic music이 영화의 background music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거나 혹은 일종의 트릭으로 digetic music이 non-digetic music으로 나온다거나 할 때입니다.
일단 첫 번째로,
digetic music이 background music으로 전환되는 장면을 한 번 보시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Um2K6eDuMU&ab_channel=ErikBlomquist
하루 일과를 끝낸 영국 수상 휴 그랜트가 방에서 흘러나오는 댄스음악(Pointer Sisters의 Jump)를 들으면서 엉덩이를 씰룩씰룩하며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사운드도 조악하고 볼륨도 작지만
점점 음악이 커지면서 배경음악 같은 분위기로 연출이 됩니다.
이와 비슷한 장면으로 가오갤의 오프닝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bAfhBNQ2qU&ab_channel=TopMovieClips
차이점이라면 워크맨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사운드는 영화의 배경음악처럼 오프닝 시퀀스를 장악해 버린다는 점이겠네요
digetic music과 non-digetic music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대표적인 영화로 베이비 드라이버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팟을 플레이시키자 주인공이 듣는 음악이 곧 배경음악이 되는데요,
54초쯤 은행강도 일당이 은행문을 닫는 순간 음악은 사라집니다.
주인공이 아이팟을 끄지 않았기 때문에 배경음악이 영화의 컷에 맞춰 사라진것처럼 보이는데요
2초 있다가 음악이 다시 나오면서 주인공도 계속 음악을 듣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관객들을 살짝 속이는 감독의 장난입니다.
타이틀과 함께 배경음악이 나오는데, 이때만 해도 주인공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에 대해 관객은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16초쯤 주인공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배경음악이 아닌 digetic music임을 알려주기 시작하는데
곧 이어서 1분 3초쯤 나오는 브라스 섹션에 맞춰서
BRASS라고 쓰여 있는 악기상가 앞에서 트럼펫 연주를 따라 부르는 흉내를 냅니다.
카페에 들어가서 1분 26초쯤 주문을 위해 한쪽 이어폰을 뽑았더니 음악의 볼륨이 줄어들고
41초쯤 다시 이어폰을 끼니 음악이 정상 볼륨으로 돌아옵니다.
이는 모두 digetic과 non-digetic의 경계를 허무는 재치 있는 장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주인공과 관객이 이어폰을 공유하듯 같은 음악을 듣는 행위로 유도하며 주인공과의 일체감을 갖게 하는 감독의 재치 있는 연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디 알렌의 Bananas라는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주인공이 "dinner with president"를 반복하면서 무언가를 상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을 때 배경음악으로 판타지스러운 하프의 글리산도 연주가 시작됩니다.
근데 알고 봤더니 벽장 속에 하프 연주자가 있었...
사막 한가운데 카우보이가 빅밴드 재즈오케스트라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데요,
배경음악인 줄 알았던 재즈음악은
사막 한가운데서 카운트 베이시 악단이 태연하게 연주를 하고 있네요
배경음악의 고정관념을 깨는 장면입니다.
감독의 연출에 따라 source music(digetic music)을 재치 있게 활용한 장면들의 몇가지 예시들이었구요,
앞으로 영화음악사전을 시리즈로 올릴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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