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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여행/영화음악 이야기

[영화음악] 업 (UP by Michael Giacchino) 분석 - 공들여 만든 테마 하나로 사골 우려내는 방법

by 방구석 딴따라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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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애니메이션 업(UP)의 음악입니다.

음악은 마이클 지아치노가 맡았는데,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카2,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 코코, 인크레더블 2까지 디즈니와 픽사의 주요음악들은 모두 그의 손길을 거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타 트렉 시리즈, 톰 홀랜드 이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의 음악을 맡고 있는 현재 헐리우드에서 가장 바쁜 영화음악 작곡가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UP의 스코어링으로 오크사상도 받았었네요

마이클 지아치노의 장점은 명문 줄리어드 출신답게 클래식적인 스코어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오케스트레이션에 능함과 동시에,

빅밴드 재즈(인크레더블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에도 능통한 전천후 작곡가라는 점에 있습니다.

'콜 오브 듀티' 같은 게임음악, '로스트' 등의 드라마 음악 등을 거쳐 픽사의 인크레더블로 이름을 알린 마이클 지아치노는 픽사에서의 커리에 때문에

전통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이 필요한 애니메이션 음악이나 아기자기한 히어로물의 음악등에 국한된 작곡가의 이미지가 컸지만,

최근엔 더 배트맨(2022)의 스코어도 맡으면서,

진중하고 묵직한 음악에 대한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는 중입니다.

한스짐머가 바꿔놓은 사운드중심의 미니멀한 스코어 혹은

트렌트 레즈너를 비롯한 일렉트로닉 음악과 사운드디자인적인 영화음악이 대세인 가운데에도

알렉상드르 뒤상플라와 함께 클래시컬한 영화음악의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몇 안되는 작곡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6J6ADorSeYc?t=11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애니메이션 역사상, 아니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오프닝 시퀀스 중의 하나입니다.

이 장면을 위해 마이클 지아치노는 초기재즈 스타일의 재즈왈츠풍 테마를 만들어 넣었습니다.

경쾌한 템포의 메이저 키로 만든 곡이지만 mute trumpet과 솔로 바이올린등으로 연주되는 주선율때문에 약간의 정서적인 느낌도 가지고 있는 곡입니다.

4분 정도의 짧은 시간안에 희노애락을 모두 보여주는 몽타쥬씬에 맞게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기쁨, 행복, 슬픔, 우울함 등을 재치있게 표현해 냅니다.

음악만 따로 다시 올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rn-vMbFglI&list=OLAK5uy_m3iZreywFyaPILMpu72U3xF2Sg-hqH1sc&index=4&ab_channel=MichaelGiacchino-Topic

 

앞 부분의 주요테마가 나오는 부분만 채보해 봤습니다.

색소폰과 트럼펫의 Line Cliché(한개의 코드에서 반음진행하는 라인)로 시작하는 4마디 인트로후에,

약음기를 낀 트럼펫이 멜로디를 경쾌하게 연주합니다.

13마디부터 솔로 바이올린이 라인 클리셰로 반음 하향 진행하는 대선으로 들어오며,

17마디에는 스트링 앙상블까지 합류하면서 다음 16마디의 멜로디를 반복할 준비를 합니다.


솔로 바이올린은 트럼펫의 멜로디를 받아서 똑같이 반복하는 대신,

바이올린의 높은 음역대에 맞게 변주합니다.

32마디째에 다시 들어온 뮤트 트럼펫의 멜로디와 화성진행은 전과 살짝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성은

A-A'-B정도로 생각해야 될것 같습니다.

33마디부터 클라리넷과 다른 목관악기가 리듬적인 프레이즈로 반주합니다.


영상에서 풍선이 든 수레가 살짝 떠올랐다가 가라앉는 장면에 맞게

현악기들이 반음으로 상승 하강하는 라인을 연주합니다. 센스있는 음악적 연출 중 하나입니다.

이 후에는 템포가 느려지기도 하고,

아내 엘리가 유산하는 장면의 우울한 장면등에서는 오케스트라 악기가 모두 사라진채

피아노 하나 정도로만 연주하는 등 악기의 변화를 주지만,

테마의 멜로디는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

오케스트레이션의 변화에 의한 매우 훌륭한 연출입니다.


이 좋은 테마를 한번만 쓰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주인공인 칼과 아내 엘리와의 감정선이 필요할때는 이 테마가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요양원 입소 통보를 받은 칼이 엘리에게 독백으로 푸념하듯 말하는 19분 12초쯤의 장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6N4OjhjZAE&list=OLAK5uy_m3iZreywFyaPILMpu72U3xF2Sg-hqH1sc&index=16&ab_channel=MichaelGiacchino-Topic

 

married life 테마를 응용한, 느린 템포의 피아노로 심플하게 연주하기 시작해서 현악앙상블만 배경으로 받춰주는 편곡입니다.


칼의 집이 하늘을 날아 오른뒤에도 역시 이 테마가 등장합니다.

우아한 스트링 중심의 선율로 옛스러운 흑백영화가 생각나는 클래시컬한 편곡입니다.


31분 11초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폭포위 벼랑위에서 안개속에 가려져있던 폭포를 보는 장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HmsQtXK_pM&list=OLAK5uy_m3iZreywFyaPILMpu72U3xF2Sg-hqH1sc&index=6&ab_channel=MichaelGiacchino-Topic

 

Db코드에서 A코드로 진행하는 medinat relationship입니다. 판타지스러운 장면에 많이 사용하는 3도 진행입니다.

그리고 나서 married life 테마의 인트로와 비슷한 line cliche진행이 연속으로 나온후에

위 악보상의 86마디부터 앞에 나와서 익숙해진 상승하는 멜로디 라인이 쓰였습니다.

이 테마는 확 티가 나지는 않지만 자세히 들으면 오프닝 시퀀스의 테마를 변주했다는것을 느낄수 있습니다.


33분 20초쯤 나오는 폭포위 절벽에서 집을 끌고 가는 약간은 코믹한 부분의 음악인데, 자세히 들으시면 이것 또한 오프닝 음악의 변주라는 것을 느끼실수 있습니다.

브라질리언 음악 스타일로 편곡한 센스있는 음악입니다.


 
 

사골국물 우려먹듯이 훌륭한 뼈다귀(?) 하나만 있음 이렇게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것을 보여주는데요,

마이클 지아치노가 특히 이런식의 테마 활용을 매우 잘합니다.

인트레더블이나 인사이드아웃에서도 몇개의 테마만 가지고도 스코어링을 잘 해내는것을 느낄수가 있는데요,

단순한 복사 붙여놓기는 오히려 음악이 잘 들려버려서 식상할 수 있지만,

편곡능력이 훌륭할 뿐더러 영화연출에 대한 지식과 센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스코어링입니다.

실제로 마이클 지아치노는 영화연출지망생이였고 최근에는 '웨어울프 바이 나이트'라는 호러영화로 감독데뷔까지 한 영화통입니다.

영화음악이 쉽지 않은건

기본적인 작곡능력과 함께,

사운드에 대한 이해도와 영상편집 및 연출전반에 걸친 이해력이 필요한 작업이라서

음악적인 능력이 출중한 뮤지션들도 롱런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 지향의 음악보다 마이클 지아치노같은 전통적인 스코어링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서 몇 안남은 클래시컬한 음악위주의 정통 작곡가들이 꾸준히 활약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마지막으로 엔딩(물론 오프닝 테마를 활용한) 크레딧 음악을 들으시면서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bDrgwb8WSU&list=OLAK5uy_m3iZreywFyaPILMpu72U3xF2Sg-hqH1sc&index=23&ab_channel=MichaelGiacchino-Topic

 

https://michaelgiacchino.com/projects/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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